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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P. 전기 능력자구원자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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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Vol.37 구원의 비밀 정보제공자, 젠다(연구원, 비능력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 소설을 보면, 우리의 현실이 충분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어차피 그 모든 것이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것이 현실에서 일어나느냐, 가상의 세계에서 일어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니까요.
얼마 전 한 집시가 가져온 작은 노트를 보며 편집부 모두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 것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였을 것입니다.
이걸 가져온 집시가 아는 글자가 몇 개 없어 노트에 담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신께서 그에게 내린 큰 축복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죠.
집시는 처음에는 본인이 썼다고 주장했지만, 누가 썼건 원고료를 준다고 하니까 금세 주장을 철회하고
공동체에 있던 누군가의 유품을 물려받은 거라고 하더군요. 젠다라는 이름의 여자였는데, 자기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며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아마 그 여자가 죽은 뒤 버려진 노트를 그냥 가져왔을 겁니다.

집시가 떠난 후 우리는 오랜 토론 끝에 결국 노트의 내용을 가공하여 기사로 싣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실제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만약 일어났다면 반드시 모두가 알아야 할 내용이었습니다.
노트의 내용이 그저 소설일 뿐이라면, 그걸로 됐습니다. 어차피 우린 가십을 주로 다루는 영세 신문사니까요.
자,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시작하죠.

소설은 늑대를 포획했다는 소식과 함께 시작됩니다.

D-11925

드디어 늑대를 포획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왜인지 시체나 다름없는 여자를 함께 데려온다고 했다. 현장에 나가지 못했던 게 아쉽지만,
어차피 밖에서 좋은 일을 경험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그냥 실험실에서 실험용 쥐를 기다리는 쪽이 적성에 맞다. 현장까지 오며 가며 버려질 시간도 아깝다.
내가 아니었다면 팀 울프 같은 실험체를 놓쳤을 것이다. 얼마 없는 시료 샘플을 분석해서 팀 울프가 가진 능력의 가변성을 밝힌 것이 나였다.
이 실험은 나를 배제하고는 진행될 수 없다. 이제 나는 팀 울프를 소유하고, 철저히 분석할 것이다.

팀 울프를 포획한 것은 심판관 니콜라스였다.
니콜라스는 잘생긴 얼굴에 솜털이 채 사라지지 않은 젊은 미국인으로 진지하게 미쳤고, 비열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
팀 울프를 포획하는 작전에 자원했다고 들었는데, 짧은 기간 대상을 파악해서 작전을 세우고 인내심 있게 기다려 기어코 작전을 성공시켰다.
니콜라스의 손아귀에 떨어진 팀은 니콜라스가 원하는 만큼 불안해하고 또 방심하다가 결국 궁지에 몰려 제 발로 안타리우스에 오게 되었다.
아주 영리한 작전이었다.

이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바쁜 것은 좋다. 바쁘다는 건 내가 성공했다는 뜻이니까. 나는 눈코 뜰 새 없이 밤낮으로 팀 울프를 연구할 것이다.
그가 가진 능력이 대체 무엇인지, 어째서 강화된 능력의 항상성이 증폭되는 방향으로 정립되었는지. 어떤 저항도 없이, 오히려 점점 힘을 받는 것처럼
증폭은 그의 능력에 기하급수로 적용하고 있다. 언덕을 거꾸로 올라가며 점점 속도가 올라가는 자전거를 보는 것 같다.
증폭 능력자는 수가 적어서 확인이 어렵다. 예전에 델피에서 잃은 증폭 능력자는 다시 생각해도 아쉽다. 그때도 곁에 불 능력자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불의 마녀도 팀 울프처럼 능력이 증폭되고 있을까? 너무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 그 불의 마녀는 화이트퀸이 보호하고 있어서 연구할 수가 없다.
이제 팀 울프를 손에 넣었으니 이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되겠지.

D-11927

멍청이들. 쓸모없는 구닥다리들!
날 제외한다니,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팀 울프가 가진 능력의 가변성이 지금까지의 메타로는 설명이 안 된다는 가설도 내가 세운 건데,
날 빼놓고 자기들끼리 팀을 짜? 나한테는 시체 같은 걸 던져주고는, 이걸로 뭘 하라고 대체! 팀 울프의 능력을 조사하는 건 내 역할이었어. 내 것이라고!
조금만 하면 증폭을 불러일으키는 인자를 구분할 수 있었을 텐데, 나한테 줬어야지!
이런 너덜너덜한 걸 어쩌라는 거지? 고치라고? 모르겠다, 오늘은 안 해, 아무것도 안 해! 시체는 뭐, 하루 두나 이틀 두나 똑같이 시체겠지.

D-11928

팀 울프는 자기가 가져온 시체가 눈을 떠야 협조하겠다고 했다. 살려내라고 눈을 부릅뜨며 말하는데, 아주 기가 막힐 노릇이다.
시체나 다름없게 만든 건 니콜라스였지만, 불에 탄 시체로 만든 건 자신이면서. 가당찮은 위선에 비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내가 이 여자를 살려야 시작된다.

“제발, 살려줘. 예전처럼 웃을 수 있게, 아니, 제발 눈을 뜰 수 있게만 해줘!”

고개를 숙이는 팀 울프를 보니 의욕이 샘솟는다.
날 빼놓고 자기들끼리 공을 가로채려던 머저리들이 팀 울프의 뒤에 양손을 공손히 모으고 있는 게 꽤 보기 좋았다.
저치들까지 올 필요는 없었을 텐데, 누가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을 생각해냈나 싶었더니 니콜라스였다.
의뭉스럽게 눈웃음을 짓고 있는 걸 보니 문득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뭐, 이곳에 미친 사람이 저 사람 하나인 것도 아니고.

D-12023

내 빨간 머리 제인 도우는 아주 미약하게나마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팀 울프는 실험체가 늘 감이 좋았고 인기척을 잘 느꼈다고 증언했다.
감각은 대체로 신체 기관에 의존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도 화살표의 방향을 높은 확률로 맞추고,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도 들릴 리 없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눈이나 귀, 코, 피부 등의 감각기관에서 전달되는 정보 없이 직접 상황을 받아들이고 판단한 사람들은 자기가 운이 좋거나 더 한심한 경우
초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과학의 영역이다. 사람이라는 전도체를 지나가는 전류의 흐름이 뇌에 직접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내 제인 도우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전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제 내 제인 도우는 눈을 뜨고 말도 한다. 끊어진 신경을 연결하고, 불에 타 흉 진 피부를 깨끗하게 만들었다. 붉고 탐스러운 머리카락도 되찾았다.
이제 더는 제인 도우라고 부르면 안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실험대 위에 누워 있다는 점은 똑같으니까 상관없겠지.
입술을 물어뜯는 게 보기 안 좋아서 내 립스틱을 발라줬다. 매일 머리를 빗겨주고 붉어진 눈가를 가릴 수 있는 화장도 해줬다.
얼굴이 밋밋한 편이어서 그런지 화장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한동안 재미있었다.

“선생님, 선생님도 저처럼 빨간 머리네요.”

고통으로 흐릿해진 금빛 눈동자는 항상 눈물이 가득 고여 보석처럼 빛났다. 팀 울프는 내 제인 도우가 눈을 떴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찾아와
무릎을 꿇고 울며 용서를 구했다. 팀 울프가 사정을 설명하며 그토록 용서를 구할 때는 정말 시체처럼 눈을 꼭 감고 대꾸도 없더니,
내가 자기를 살렸다는 말을 듣기는 했나 보다. 날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내가 있을 때만 눈을 떴다.

내 제인 도우가 눈을 뜨자 약속대로 팀 울프에 대해 연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난 이제 그쪽에는 별로 흥미가 가지 않는다.
내가 다시 빚은 내 예쁜 인형이 더 강한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눈을 뜬 뒤로는 가벼운 실험만 하는데도 끊임없이 고통을 호소하는데,
그럴 때면 생명유지장치를 꺼버릴까 싶다가도 울면서 날 찾을 때는 역시 더 살려둬야겠다 싶다.

D-12051

이곳에서는 능력을 연구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그리고 도태되면 버려진다. 버려지는 것이 두려운 건 아니지만, 무시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성과를 내고 싶다. 남들이 상상하지 못할 그런 성공을 내 손으로 만들어내고 싶다.

어떻게 하면 내 실험체가 가진 능력을 뽑아낼 수 있을까? 역시 전기자극이 효과가 좋을 것 같다. 50A 정도부터 시작하면 적당할까?
팀 울프의 피에서 증폭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는 것은 실패했다. 그쪽 프로젝트도 별수 없는지 이제 골수를 뽑는다는데,
가엾은 팀 울프. 가진 게 있으면 빨리 내놔야지, 왜 혼자만 가지려고 하니? 팀, 욕심부리지 말고 알려줘. 어떻게 해서 능력이 증폭된 거니?
어떻게 해서 매일매일 더 강해질 수 있는 거니? 내 실험체도 깨끗하게 고쳤으니까 이제 능력을 써 주면 좋겠는데, 그럼 성공인데.

D-12055

전기자극은 성공이었지만, 이제 난 실험에서 빠지려고 한다.
애써 고쳐 놓은 피부가 다시 타버릴 정도로 고통을 느낀 실험체는 다시 시체가 될 뻔했다. 그리고 극적으로 능력을 발현시켜 실험실을 초토화했다.
다행히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마감된 실험실이라 큰 화재 같은 건 나지 않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실험 장비는 모두 폭파되고 좁은 실험실 가득 사방에 불꽃이 튀었다. 하마터면 내가 죽을 뻔했다.
실험체가 의도를 가지고 사용한 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제어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H는 강화장치가 없이는 유전자 복제로 만든 클론조차 빠르게 망가진다는 결과를 보고하며, 지금이라도 강화장치를 삽입하자고 주장했다.
강화장치 없이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게 된다면 내게 꽤 커다란 성공을 안겨줬겠지만, 이젠 의미 없다.
무엇이든 죽을 각오로 하고 싶지는 않다.

D-11925

실험체의 가족이 찾아왔다. 그들은 기도의 힘으로 딸이 크게 다치고도 상처 하나 없이 회복되었을 뿐 아니라
놀라운 능력까지 얻었다고 알고 있다.
훼손된 실험체를 단시간에 고칠 수 있는 건 나뿐이었다. 망할, 그만두고 싶은데 이게 대체 뭐라고 발목을 잡는담.
실험체는 실험 중에 발생한 전기사고에 대해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파괴적인 힘에 매료된 간부들이 와서 실험체에게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너무 아파요. 너무 …… 아파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아니 그만…… 그만, 제발……”
“걱정하지 말고 기도해라. 믿음을 가져라. 네가 가진 능력이 드러날수록 고통은 줄어들 테니.”

개 짖는 소리가 그것보다 깨끗하고 듣기 좋을 것 같은데, 눈물에 젖은 금빛 눈동자가 내게서 떨어지지 않아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따라 웃는 게 너무나 한심하다. 어쩌면 저렇게 멍청할까?

D-12106

실험체는 극도의 고통을 주지 않으면 능력을 쓰지 못했다.
고통 때문에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만 능력을 썼기 때문에 의식을 되찾았을 때 자신이 능력을 썼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런데 멍청한 간부들이 실험체는 강화인간이 되지 않아도 능력을 쓸 수 있다고 공언하고는 강화장치 장착을 금지했다.
무의미한 실험이 이어졌다. 이 프로젝트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실험체가 내게 가장 호감을 느낀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데도 비명을 지르는 실험체 옆에 서서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실험체가 실험과정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기억을 일부 지워야 했다. 이대로 두면 다시 몸이 망가지기 전에 정신부터 망가질 것이다.
기억을 삭제해 얼마나 아팠는지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아팠다는 사실은 어딘가에 남아 있는지 공포와 통증이 실험체를 갉아먹고 있었다.
실험체는 능력을 더 자주 쓰게 되었고, 제어는 전혀 하지 못했다. 결국 강화장치를 삽입하기로 했다. 결국 이럴 거면서 내 시간만 낭비했다.
비록 능력 증폭 실험은 실패했지만, 안타리우스는 새 강화인간을 얻게 되었다. 한층 개선된 강화장치는 손상된 심장 기능을 보조하면서
실험체가 능력을 사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D-12281

“선생님, 어쩜 우린 운명인 것 같지 않아요? 선생님과 나, 둘 다 빨간 머리잖아요.”

강화장치를 삽입한 실험체는 빠르게 안정되었다. 실험체에게는 외상도 없고 겉으로 드러난 강화장치도 없기 때문에
심장에 강화장치를 삽입했다고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실험체 본인조차도 몰랐으니까.
비밀은 철저히 유지되었다.

“저 정말 열심히 기도했어요.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선생님이 없을 때도 기도만 했어요.”
“그, 랬죠.”
“그래서 이렇게 능력을 얻었어요. 고통 속에서 진리를 발견한 거죠. 선생님이 제게 믿음을 가지라고 말해준 덕분이에요.”

실험체는 빨간 머리를 손에 감아 돌리며 말했다. 나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 무서웠다. 나는 저것이 무섭다.
왜곡된 기억이 당위성을 가지기 위해 주변 모든 것을 휘감아 진창에 처박는 것 같다. 내가 가는 모든 곳에 실험체가 있었다.
나와 같은 립스틱을 바르고 나와 같은 눈 화장을 하고 나를 보며 웃었다. 선생님, 선생님…. 지긋지긋하다.

D-12367

아직 혼란스럽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뭘 본 거지? 손톱, 가지런한 손톱이 기억난다.

“나약하기는. 정말 간절한 거 맞니?”

빨간 머리카락이 드리운 이마 아래 금빛 눈동자가 가지런한 속눈썹에 반쯤 가려 은은하게 빛났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하며 손톱을 바라보던 실험체. 푸른 전기가 손톱을 따라 흘렀다. 십여 명의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낮은 비명과 끓는 듯한 신음이 들렸다.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것이 더욱 기괴하게 느껴졌다.
역시 밖으로 나오는 게 아니었어. 괜히 지원했다. 저것이 괜히 날 따라와서는…….

그들은 증폭을 실험하기 위해 모집한 지원자들이었다. 간단한 실험에 참여하면 참가비를 준다는 말에 지원한 사람도 있었고,
생계나 여러 가지 이유를 위해 능력을 증폭시키는 게 목적인 사람도 있었다.
강한 자극을 받으면 마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처럼 능력의 폭이 넓어져 능력자를 보호하려 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실험이었다.
거기에 팀 울프를 연구해 만든 시약을 추가해 임상시험 결과를 얻으려는 것뿐이었다. 누구도 다칠 이유가 없었다.

팀 울프 프로젝트 담당자가 왜 그랬냐고 몰아세웠다. 정신이 나간 것 같다. 저런 눈을 한 사람에게 핏대를 세운다니,
실험체가 그 연구원을 해코지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기도가 부족하네요. 능력이 강해지면 그만큼 고통이 줄어들 텐데, 마음을 다해 기도하지 않으니까 고통스러운 거예요.”

실험체는 이성적으로 미쳤다. 어차피 이 실험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기억을 손볼 것을 알고 그런 끔찍한 고통을 준 것이다.
실험체의 눈매가 살며시 접혔다. 웃고 있었다.

“강해질 수 있는데, 나처럼.”

D-12405

새벽에 자다가 팔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눈을 떠보니 머리맡에 실험체가 앉아 있었다.
내 손을 꼭 쥐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웃었다.

“뭐, 뭐야!”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떨칠 수가 없었다.

“제가 생각해봤는데, 선생님께도 기회가 필요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숨이 막힐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선생님, 능력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이 고통도 다 과정이에요. 지나가는 일이에요. 자, 기도하세요.”

팔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전류, 혈관과 신경이 비틀리는 것이다. 팔이 떨어질 것 같았다.
안돼, 손이 망가지면 더는 실험할 수 없다.
발로 차고 밀며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놔주지 않았다. 내 비명을 듣고 사람들이 달려와 겨우 떼어냈다.

“기도하세요! 선생님, 계속 기도해야 해요! 시련을 이겨내셔야 해요!”

끌려나가면서도 그것은 계속 소리쳤다. 나는 제발 그만두게 해달라고 울며 빌었지만, 상부는 허락하지 않았다. 너무 무섭고 끔찍했다.
나는 방에 틀어박혀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실험체가 밖에서 몇 번이나 문을 두드렸지만 열어주지 않았다.

D-12407

잠깐의 휴가를 얻었다. 실험실의 짐을 정리하기 위해 잠깐 들른 곳에서 반갑지 않은 얼굴을 봤다.

“큰일을 겪으셨다고.”

니콜라스가 물었다. 한때는 유능한 심판관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저 얼굴을 찢어발기고 싶을 뿐이었다.
그때 아예 숨통을 끊어 놓던가, 실험체를 기어코 살려 이곳으로 가져온 것은 바로 저 자였다.
그 낯짝을 치우라고 했던가, 꺼지라고 했던가? 좋은 말은 안 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선생님에게서 떨어져.”

그때였다. 기이한 빛이 공간을 채웠다. 냉혈 동물의 심장 속에 갇힌 듯, 어지러운 녹색 빛과 소리가 전류를 타고 흘렀다.
폭발하는 자기장이 위협적으로 흔들렸다.

“주제도 모르고, 경우도 모르고, 낄 데 안 낄 데도 모르고. 네게 이런 기회를 준 게 잘한 일일까?”
“어머, 자비로우셔라. 이제 네가 기회를 받을 차례야.”

실험체가 자기장의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실험체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폭발하는 자기장에 닿은 건물이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니콜라스의 손목에 장착된 장치에 검은 아우라가 맺혔다. 공포의 채찍과 섬뜩한 녹색 자기장이 맞부딪혀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계속되었다.
지옥의 한 면을 자른 듯한 곳에서 실험체가 날 돌아보며 웃었다.

“선생님, 저만 믿으세요. 제가 다 할게요. 제가 다 구원할 거예요. 일단 저 쓰레기부터요.”
“…… 시드니!”

아아, 대체 내가 뭘 잘못했지? 어째서 저런 괴물이 만들어진 걸까? 도망쳐야 한다.
나도 모르는 새 내 발목을 휘어잡고 고통스럽게 날 휘두르는 푸른 전기에서 벗어나야 해.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어.
나는 잘못한 게 없어.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